아이들이 스스로 일기를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엄마가 아이들의 생애의 시작인 이 시간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 참 소중하다.
실제로 나를 돌아봐도 어릴 적 기억은 몇 개 안되고 희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면 처음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쓰다가 점점 띄엄띄엄 쓰게 되고, 나중에는 먼지가 쌓이기 일쑤이다.
왜 그럴까?
바로 쓰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어야 계속 쓸 수 있다.
단순히 아이에 대한 감정을 글씨로 쓴다는 개념에서 출발해 아이를 통해 투영되는 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일기가 되면 된다.
감정 쏟아 붓기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예쁜 때도 있고, 미운 때도 있고, 짜증날 때도 있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인격 수양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들이 생겨난다.
이런 감정들을 가슴 속에 묻어 두기만 하면 잘 참다가 어느 순간에 폭발하고 만다.
그 감정을 글로 쓰다보면 쓸데없는 감정들은 잘라 버리고 좋은 감정들은 놓쳐지지 않아서 좋다.
아이가 후에 커서 혼자 큰 것처럼 얘기할 때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증거물로 잡을 수 있고,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로 하기 쑥스러울 때 육아 일기에 적힌 엄마의 글을 통해 전달할 수도 있다.
계획하기
사람은 어떤 일을 계획 할 때 신이 난다.
머리를 쓰기 때문이다.
엄마의 생활은 단순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매일 반복되기 때문에 짜증날 때도 많다.
하루 종일 먹이고, 입히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 해가 짧다.
단순한 일을 많이 할수록 계획을 세워야 늘어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매달, 아니면 아이의 개월 수가 끝나 갈 무렵에는 아이에 대한 양육 플랜을 짜면 좋다.
다음 달에 우리 아이가 익혀야 될 것은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 줄지 생각하다
보면 계획대로 전부는 못해 줘도 노력은 하게 된다.
아이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 옆에 써 놓으면 다음 달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되고, 아이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행사 기록장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서 받은 입장권이나 공연 티켓, 연극표, 기념엽서, 사진 등을 버리지 않고 수첩 사이에 끼어 놨다가 집에 오면 일기장에 붙인다.
그곳에 가서 보는 동안 아이의 표정이나 표현들을 곁들여 놓으면 더욱 좋다.
첫 사건들
아이의 생애에 있어서 첫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처음으로 했던 일등, 예를 들면 머리카락 자르기, 첫 손톱 깍기, 이빨 나오기, 연습 끝에 스스로 뒤집기에 성공한 일, 혼자 걸음 떼기, 밥을 먹기 시작한 일, 엄마 아빠 부른 일, 젓가락으로 음식 집어 먹기, 가위질을 배워 혼자 종이를 자른 일, 첫 생일 잔치 등. 날짜와 시간, 남길 수 있는 물증들(머리카락, 손톱, 배꼽, 사진, 카드, 편지 등)을 함께 붙여 둔다.
신문 스크랩
신문이나 잡지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사건이나 인물이 나온다.
특히 좋은 인생을 꾸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빠짐없이 모아 일기장에 붙여 둔다.
후에 아이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때, 이런 인생, 저런 인생도 있음을 알 수 있어 획일적인 인생관을 갖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의 작품들
아이들은 자기 작품이 대접 받을 때 기뻐한다.
비록 솜씨가 없는 것일지라도 그 아이에게 어떤 것들을 한다는 자체가 커다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접은 색종이 작품, 끄적거린 낙서, 세모라고 오린 종이, 돼지라고 그린 그림 등.
아이의 말
갓난아이가 언제 커서 저런 말을 다 하나 싶을 때가 있다.
신체 성장은 눈에 보이는 거지만 생각의 성장은 보이지 않기에 자기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장족의 발전을 한 결과이다.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혼자 막 웃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글쎄, 이녀석이 이런 말을 하는 거 있죠?"라며 얘기해 본 경험은 부모라면 누구나 하두 번은 있을 게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말을 해서 웃긴 웃었는데 '뭐라고 했더라' 하며 흘려 보낸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줌마 되면 말이야? 엄마, 난 군인 아저씨가 될거야.
엄마가 슈퍼 아줌마 되라. 응?"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의해서 한 말인데 이런 말들이 너무 예쁘게 느껴져서 남겨 둔다.
그외 육아 일기를 꼭 일기장에 쓸 필요는 없다.
너무 예쁜 일기장을 사면 예쁘게 예쁘게만 하려 하기 때문에 지속적일 수 없다.
클립 파일을 이용해도 좋고, 앨범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짤막하게 메모를 남기는 것도 좋다.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면 편지를 쓰듯이 쓰고, 글솜씨가 없다면 좋은 글, 성경 말씀, 기도문, 시 등에 엄마 생각을 덧붙이고, 낙서하기를 좋아하면 아이의 모습을 그린 후 글을 함께 쓰면 된다.
일기를 쓰는 가장 주된 목적은 삶의 흔적을 남겨 두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날개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5-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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